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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합병됐는데 임금과 복지는 왜 다를까 - 기업 합병 후 근로조건과 노사관계 통합의 쟁점

리앙레이버랩 · 2026-10-14

호봉제를 적용하던 A사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던 B사가 합병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합병 후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된 직원들은 서로 다른 임금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한쪽에는 있던 복지수당이 다른 쪽에는 없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도 각각 남아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는 같은 회사가 됐으니 기준을 통일할 것을 고민합니다. 직원들은 '왜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는데 처우가 다른지' 묻는 동시에, 자신이 보장받던 조건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합니다.

이때 먼저 확인할 것은 각 제도가 누구에게, 어떤 근거로 적용되고 있는지입니다. 합병 후 인사·노무 통합(PMI)의 범위와 일정은 여기서부터 정해야 합니다.


1. 합병해도 기존 근로조건이 자동으로 통일되지는 않습니다

합병 후 존속회사나 신설회사는 소멸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합니다.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함께 승계됩니다. 상법 제235조는 이러한 승계 원칙을 정하고 있고, 주식회사 합병에는 제530조 제2항에 따라 적용됩니다.

대법원도 합병 후 근로관계의 내용을 단일화하는 새로운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피합병회사의 집단적 근로관계와 근로조건이 그대로 승계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 23192 판결).

따라서 합병 후 한 회사 안에 서로 다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근로자 집단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같은 회사이니 기존 회사의 규정을 따르면 된다”는 설명만으로 종전의 임금이나 복지제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2. 제도를 통합하기 전에 누구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A사 직원에게 지급하던 고정수당을 없애고 B사의 성과급 제도를 적용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회사는 성과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급이 보장되던 수당을 잃는 직원에게는 불리한 변경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더 좋은 제도'라는 설명만으로 불이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동의가 필요합니다.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합병에서는 특히 그 과반수를 어느 근로자 집단을 기준으로 산정할지가 중요합니다. 근로조건 체계가 나뉘어 있고 변경 규정이 적용될 다른 집단이 없다면, 불이익을 받는 해당 집단을 기준으로 동의 주체를 판단합니다. 반면 현재 직접 불이익을 받지 않더라도 장래 그 규정이 적용될 집단이 있다면 동의 주체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즉, 합병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찬성 인원만 세거나 출신 회사별로 무조건 나누는 방식은 곤란합니다. 기존 규정의 적용 범위와 통합 후 적용 관계부터 살펴야 합니다.

경영상 통합이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집단적 동의 없는 불이익 변경을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으로 유효하다고 보던 종전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동의권 남용의 예외는 인정하지만, 그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아울러 바꾸려는 조건의 근거가 취업규칙인지, 단체협약인지, 개별 근로계약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에 따라 필요한 변경 절차와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3. 노동조합과 교섭 관계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회사가 합병했다고 노동조합까지 자동으로 하나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존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과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합병 이후 누가 누구를 대표해 교섭할 것인지 검토해야 합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둘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칩니다. 다만 법이 정한 시기에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는 경우와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합병 후의 교섭단위와 기존 교섭대표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노조 수만 보고 교섭 일정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제29조의3).

여기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동의할 수 있는 과반수 노동조합도 구분해야 합니다. 교섭대표노조라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에 필요한 동의 권한까지 당연히 갖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로조건 통합안을 마련할 때에는 제도의 내용뿐 아니라 협의·교섭 상대방, 필요한 동의 절차, 합의가 적용될 근로자의 범위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4. 통합 일정은 제도와 절차를 확인한 뒤 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합병 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 제도의 차이와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함께 비교합니다.

양사의 임금·상여금·평가·휴가·복리후생을 나란히 놓고, 각 항목의 근거 문서와 적용 대상을 확인합니다. 체불임금 등 이미 발생한 문제뿐 아니라 통합에 필요한 추가 인건비, 불이익을 완화할 보완책, 협의에 걸릴 시간도 검토 대상입니다. 그래야 거래 조건과 인수 후 사업계획에 현실적인 비용과 일정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합병 직후에도 업무가 차질 없이 돌아가도록 운영 기준을 정합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필요한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면 기존 조건을 기준으로 급여와 휴가 등을 처리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당장 공통으로 운영할 항목과 기존 기준을 유지할 항목을 구분하고, 담당자와 직원에게 적용 기준을 안내해야 합니다. 단순히 “당분간 그대로 간다”는 공지만으로는 현장의 혼선을 막기 어렵습니다.


셋째, 통합안과 함께 직원에게 미칠 영향을 설명합니다.

동일한 기준이 필요한 이유, 달라지는 보상과 근무조건, 불이익을 완화할 방안, 시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사업부를 얼마나 긴밀하게 운영할 것인지와 제도 차이가 실제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우선 통합할 항목과 별도로 유지할 항목을 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제도를 한꺼번에 통일하거나 일률적으로 1~2년의 유예기간을 둘 필요는 없습니다.


합병 전에 정해야 할 것은 통합의 범위와 순서입니다

서로 다른 제도를 운영하면 관리 부담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합을 추진하면 추가 비용과 합의 과정의 부담이 생깁니다. 어느 쪽의 부담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지 판단하는 것이 인사·노무 통합의 과제입니다.

합병 계획을 세울 때에는 인사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와 함께, 그 변경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도 검토해야 합니다.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지, 누구와 어떤 절차를 거칠지까지 정리되어야 합병 이후의 운영계획도 구체화됩니다.


이지현 공인노무사 | 리앙레이버랩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구체적인 적용은 거래 구조와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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